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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 (1989) 지브리 스튜디오 /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rir2 2019. 9. 1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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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 (1989)

 

 와.. 개봉한지 무려 30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것도 워낙 짤이 유명해서 '귀를 기울이면' 보다 이전에 보려고 했던건데 잘 집중이 되지 않아서 껐었다ㅠ. 2차 시도 끝에 넘나 재밌게 봄. 요즘 지브리 특유의 분위기에 푹 빠져 있다. 마음이 힐링되는 것 같다.

 

"남을 위해 행복한 척하는 소녀가 아닌, 스스로가 행복해서 남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키키에 대한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안정되는 거일지도 모른다. 남을 위해 행복한 척 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없는 평온함. 지브리 영화를 보면 왜 행복해지는지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단번에 깨달았다. ..내가 사는 현실은 넘나 각박해ㅠㅠ 

 

 

 

 

  역시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한컷 한컷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스웨덴의 고틀랜드와 스톡홀롬을 배경으로 삼았다고 한다. 세상에나 저렇게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니ㅠㅠ. 언젠가 꼭 여행해봤으면 좋겠다. (버킷리스트에 적어둔다..) 왠지 저기 가면 키키가 사는 마을 속 사람들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사람들만 있을 것 같아.. 아쉬운대로 걸어서 세계속으로나 봐야지..

 tmi.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 영화를 그릴 때 스케치만 7만장을 그렸다고 한다. 맙소사. 나같은 게으름뱅이는 엄두도 안난다. 성공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대단.

 

 

 

 

 그리고 키키가 빵집을 맡아서 일하고 있을 때 내 모습이 겹쳐졌다ㅋㅋㅋ 가게서 손님 없을 때 내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 사장은 오소노 아줌마처럼 푸근하고 넉넉하신 분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씨씨티비로 감시를 한다. 씨씨티비 눈치를 보며 나는 5분이 뭐야, 3분도 못앉아있고 결국 일어나서 뭐라도 닦는 척. 얼마 전 손님이 나보고, 다른 사람들은 회사다니면서 스트레스 받고 그만두고 싶어서 난리라는데 나보고 좋겠다, 하더라. 차마 그렇다고 거짓말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 할많하않... 하루빨리 탈카페하고 싶다. =3

 

진상 손님을 만났을 때 내 모습

  

 아, 이 장면을 뭐라고 표현해야하지. 할머니 고객이랑 키키가 애써서 만들고, 비를 쫄딱 맞아가며 손녀에게 배달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반응. 일을 하면서 참 많이 느끼는 감정. 정말 좋은 맘으로 열심히 했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던지, 오히려 나에게 뭐라고 할 때. 어떤 상황보다 힘빠지지. 더군다나 나는 아주 감성적이고 순간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어서 그거 하나 때문에 그날 하루 종일 우울하기도 한다. 그게 며칠씩 가기도 하고. 그게 너무 힘들어서 무뎌지는 연습, 무슨 일이든 욕 한번하고 흘려버리는 연습을 하니 어느새 내가 너무 감정이 메마른 듯해서 싫어기도 했었지. 

 키키는 힘들어서 마력까지 잃고, 오랜 친구였던 고양이 지지까지 말이 통하지 않게 되고. 아마 나였으면 우울해서 미쳐버렸을 듯.

 

 

 

 여튼 내가 사는 이 현실 속에서 키키마저 현실적으로 우울함에 빠져버리면 희망이라곤 없으니까, 키키는 당차게 견뎌내지! 가끔씩 집에서 사랑받고 커서 모난 곳 없이 해맑은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나는 항상 애정을 갈구하는 쪽이어서, 그 여유로움을 부러워한다. 키키라는 캐릭터가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았고, 내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요즘 한 주에 1지브리를 보고 있는데, 주말을 만끽하면서 영화를 보는게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여기 쓰잘데기 없어 보일지 몰라도 나 혼자 이렇게 끄적이는 것도 너무 좋고. 요즘 내 취미생활이다. 헷.

 키키의 기운을 받아서 이번 한 주도 힘내서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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